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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에 또 뒤통수 맞았나

나드리 가자 2010. 4. 29. 22:05

 


중국, 북한에 또 뒤통수 맞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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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의 범인이 북한이라면, 가장 크게 배신당한 나라는 바로 중국이 될 것이다. 지난달 26일 천안함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북한은 중국에 “미국과 평화회담을 열고 싶다”고 밝혀 왔다. 중국은 북한의 이런 요구를 미국에 전하면서 수용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 코앞 서해에서 46명의 한국 장병을 몰살시켰다.


북한이 입으론 평화를 외치면서 뒤로 테러를 저질러 중국의 뒤통수를 때린 건 처음이 아니다. 1983년 가을 북한은 사상 처음으로 “한국·미국과 3자 평화회담을 열고 싶다”며 미국에 이 뜻을 전해 달라고 중국에 요청했다. 그해 10월 8일 중국은 북한의 이 같은 메시지를 미국에 전하며 미·중이 힘을 합쳐 한반도 긴장완화에 나서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음 날 북한은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를 방문한 전두환 대통령 일행에 폭탄테러를 자행해 고위관리 17명을 몰살시켰다. 덩샤오핑 당시 중국 지도자는 북한이 이런 식으로 만행을 저지른 데 격분했다. 그는 그 뒤 몇 주 동안 북한 관리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며 만나주지 않았다. 중국 관영통신도 테러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북한의 성명을 일방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미얀마 정부의 북한 비난도 똑같은 비중으로 다뤘다.(돈 오버도퍼 『두 개의 한국』)


27년 만에 중국은 다시 북한의 이중플레이에 당한 형국이 됐다. 북한이 범인으로 최종 판명 날 경우 중국의 대응이 그때처럼 북한 관리들을 만나주지 않고 ‘균형 보도’를 하는 선에 그쳐선 턱도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상식일 것이다. 북한의 죄과가 엄청난 데다 27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은 누가 보더라도 ‘실패국가’의 전형으로 전락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의 핵심 파트너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한·중 교역량은 1490억 달러, 교류인원은 560만 명에 달한 반면 북·중은 3억 달러, 수천 명에 불과하다.


내일 개막하는 상하이 엑스포는 그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장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전시관의 하나를 세운 한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날아가 후진타오 주석과 회담한다. 반면 혈맹이란 북한은 중국의 돈을 빌려 형식적인 전시관을 세웠고, 축하사절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냈을 뿐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북한을 쉽사리 다루지 못하는 건 북한이 경제적 측면으로만 재단할 수 없는, 지정학적 중요성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올림픽에 이어 엑스포 개최의 대업을 이룬 중국은 이제 상식과 법치라는 국제사회의 룰을 주도적으로 지켜야 하는 글로벌 리더 대열에 진입했다. 북한을 무작정 봐주기만 한다면 한·미·일의 반발을 불러 6자회담이 무한정 미뤄질 우려도 있다. 이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은 북한의 소행이라 예단하지 않았으며 중립국 스웨덴까지 참여시켜 객관적인 조사를 벌여 왔다. 이런 조사결과마저 중국이 눈을 감는다면 한국과 국제사회는 중국이 겉만 컸지 리더십은 멀었다고 실망할 것이다.